지인 ‘창호’편, ‘마루, 벽지’편 | 광고주 LG화학 | 광고회사 TBWA코리아
존 버거가 그의 책 ‘이미지’에서 말했듯, 광고는 ‘매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광고를 보면서 ‘변신의 꿈’을 갖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타인의 부러움을 사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광고다. 지인의 새로운 광고 역시 그러한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창호(그 마루, 그 벽지), 알고 보면 지인입니다.”라는 카피는 TV나 잡지에서 보았던, 그러나 브랜드를 알 수 없었던 그 멋진 제품들이 사실은 모두 지인의 것이라며 ‘이제 당신도 TV의 주인공(혹은 광고의 주인공)들과 똑같이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누릴 수 있다’고 넌지시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형적으로 흘러갈 것만 같았던 광고는 대중문화 텍스트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색다른 노선을 취한다. 기존의 광고들이 이제껏 인기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나 모델들을 이용해 그들의 매력을 제품에 전이시키려는 시도를 해 왔다면, 지인의 광고는 그런 시도 자체가 안중에 없다. 오히려 광고는 대중문화의 종속항이고, 그저 소비자의 눈에 들어 물건을 잘 팔기만 하면 된다는 자학에 가까운 언술을 크리에이티브의 중심 전략으로 삼는다. 예컨대 “예전 광고를 다시 보여드립니다. 눈여겨보실 부분은 이영애가 아니라 창호입니다.”라는 ‘창호’ 편은 소비자가 제품보다 빅모델에 먼저 눈을 돌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영애의 뱀파이어 이펙트를 막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의 한 장면에서 따왔음을 알리는 ‘벽지, 마루’ 편 역시 대중이 관심 있게 보는 것은 광고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PPL이 광고보다 강력하다는 은근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지인의 광고들은 보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고립무원에 위치한 화려한 성이 되기보다 소비자들 옆에서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맡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TV 광고가 누려왔던 화려한 나날들을 반추해 볼 때, 상당히 소박하면서도 겸손한 자기 규정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힘은 체제의 단점과 치부마저도 상품화하고 조롱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왔다던가. 광고의 포화, 마케팅에서의 이니셔티브 상실이라는 어려운 현실마저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소재로 끌어오는 지인의 이 광고들은 광고를 향한 만가(輓歌)일까, 혹은 찬가(讚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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